2009.12.17 00:00

일급비밀

보르헤스가 서술했던 그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도서관은 책을 사랑했던 그에게는 천국의 형태로 구상 되어지고 존재했을 것이다. 내 머릿속에도 무한대로 확장되는 보르헤스의 도서관과 비슷한 형태의 음악으로 가득찬 초현실적 성이 있는데 그 성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방에는 아마도 New Order가 있는것 같다.
다소 싱겁게도. 그렇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New Order - Thieves Like Us

젊은날의 죠니와 후키는 볼때마다 가심이 애려.


근데 사실 그 방에는 자그마한 얼룩으로 가장된 비밀의 문이 있다. 조심스레 벽을 더듬어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하나의 작은 방이 나오는데..그 곳에는 라푼첼처럼 가두어 키운 The Wake가 있다.
마치 밝힐수 없는 출생의 비밀처럼 20년을 간직한 사랑.
한때 유행했던 홍대앞 소모임 시절의 음감회에서도 절대 틀지않고 나만의 비밀로 간직하던 The Wake.
비슷한 성향의 Sarah 레이블의 다른 아티스트들은 많이도 소개하고 지인들에게 추천도 했었지만 The Wake에 대한 애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발설한적이 없었다.

봉봉거리는 베이스, 아련하게 깔리는 신서싸이저, 그리움을 유발하는 하모니카, 어눌한 보컬, 80's 포스트 펑크의 전형적인 패션코드인 숏커트 헤어스타일의 새침한 키보디스트 여인네들, 그녀들의 도도한 콧날. New Order의 어린 동생 쯤이라 할수도 있는 음악을 했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New Order의 어떤 부분에 존재하는 정서의 "정수"를 구현했던 밴드다. 이를테면 젊음, 놔두면 자연히 흘러가는 것이지만 그걸 모르고 낭비해서 흘려버리는 순간도 분명히 존재하는 그것 말이다. 아스라한 기억으로만 남게될 걸 숙명적으로 예감하는 그것.
그 풋풋함에 적절히 첨가된 관조로 인해 획득되는 찌질해지지 않는 기품. 세상에.. 죽어도 좋아.


The Wake - Talk About The Past

Allen 남매의 아름답던 모습을 확인할수 있어서 너무 행복한 뮤비. 마지막 장면이 늘그막의 가슴을 찢어놓는다. 너무 이뻐서.



The Wake - Pale Spectre


'Beatsoul'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자만의 망년 파티  (7) 2009.12.30
Pictureplane  (6) 2009.12.26
일급비밀  (4) 2009.12.17
The Orb  (2) 2009.10.28
Compulsion  (0) 2009.09.20
And I like to stay close to you  (4) 2009.09.13
Trackback 0 Comment 4
  1. ENTClic@music 2009.12.17 09:5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ㅎㅎ..이렇게 오랜시절 간직했던 비밀을 털어놓아도 되는 겁니까?
    아무래도 패토리 레이블에 있으면서 뉴오더의 인기에 가려저서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한 불운한 운명의 밴드이기도 하지요.
    Gillepsi도 결국은 JAMC로 떠나고..어찌보면 참 운이 없는 밴드이기도 해요.
    이런 밴드를 몰레 사랑한 주인장님도 참 대단하지만 비밀 누설했어도 아마 밴드의 인기 몰이에 큰 영향은 없었을 듯..ㅋㅋ

    저 Pale Spectre는 참 언제 들어도 좋아요^^

    • 무라사키노우에 2009.12.17 12:35 신고 address edit & del

      비밀이 될수밖에 없었던게 누가 먼저 물어라도 봤으면 "아 나 그거 좋아해"라고라도 말할 기회가 되었을텐데 그런일은 일어나지도 않았었고.. 먼저 이야기 하기는 싫고 뭐 그런거였죠. 그리고 몰래하는 사랑이 왠지 더 소중하기도 하답니다^^ 아실려나..

  2. 늙어고생 2009.12.17 10:01 address edit & del reply

    그런 소모임음감시절 나름 예민한 귀를 갖던 사람들도 나이를 먹을수록 먹고 사느라 바빠지다보면 일급비밀은커녕 널린 거 주워듣기도 벅차하던데 거꾸로 전 나이를 먹을수록 돈은 생기고 정보와 레코드는 넘쳐나고 소통할 사람은 줄어들다 보니 반대로 점점 그런 일급비밀이 많아져서 이젠 아예 비밀 아닌 게 없어져버려서 진짜 이게 다 뭔지랄인가 싶을 때가 많더라고요. 그렇다고 먹고 사는 게 때깔이 나기를 하나..

    • 무라사키노우에 2009.12.22 19:12 신고 address edit & del

      나이먹고 사느라 바빠져서 널린거 주워듣느라 벅찬 사람들을 좀 아는데 확실히 널린거 남들이 좋다는거 듣다보면 자기 귀로 음악을 듣게되지는 않는것 같아요. 그런 감각을 세월이 앗아가서 일까. 옆에서 보면 귀로 듣는다기 보다는 자기만족과 보상심리로 듣는 경우가 더 많아 보여요. 제가 당사자는 아니니 뭐 다 아는체 하기도 우습긴 하지만. 여튼.
      그래서 그런지 마음은 카리브해에서 뛰노시는 정신적 순혈주의자 도슨샘님같은 분은 오덕 인간문화재 삼고싶음.